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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너와 보내는 휴일. 쇼핑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공원 앞에서 달콤한 냄새가 났다. 냄새를 따라 시선을 돌리니 공원 입구에 화려한 크레이프 트럭이 멈춰있었다. 슬쩍 옆을 보니 예상대로 너도 같은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는 다르게 눈을 반짝거리며. 속내가 훤히 보여 웃음이 터질뻔 했다. 어차피 너는 어린아이같다는 말을 들을까봐 자제하고 있는거겠지.
"사가자."
약간은 놀라며 너는 나를 올려다본다.
"먹고싶잖아? 자, 사러 가자."
너의 손을 끌고 걸어간다. '괜찮나요?'라고 물어볼 땐 언제고, 손에 크레이프를 들려주니 얼굴에 웃음이 만연해진다. 정말로 알기 쉬워서 귀여운 녀석.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내면 삐질테니, 말 대신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흘리지 마라."
사실 이렇게 머리를 쓰다듬는것도 어린아이취급이라 하겠지만, 지금은 크레이프에 열중하느라 심기를 건드릴 걱정을 안해도 된다. 너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팔을 꽉 잡는다.
"뭐야, 걷기 힘들잖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팔을 풀지 않는다. 일이 일이니, 가끔 이렇게 평범한 커플처럼 지내는것도 나쁘진 않겠지. 걸어가며 너의 모습을 훔쳐본다. 생크림, 아이스크림, 초콜릿, 과일. 온갖 재료가 가득 들어간 크레이프를 입에 물고있는 너는 정말로 행복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콧등에 하얀 크림을 묻혀가며.
"정말이지,"
이번에야말로 '어린아이같다'고 웃으며 크림을 닦아준다. 손 끝에 묻은 크림을 핥으니 입 안에 달콤함이 퍼져나간다. 그런 나를 보고 너는 크레이프를 내민다. '한 입 드세요.' 라는 의미로.
"그렇네. 먹을게."
나는 몸을 구부려 크레이프가 아니라 크레이프를 들고있는 손에 입을 댔다. 녹아 흘러내리려는 아이스크림을 핥듯이.
"거 봐. 흘리지 말라고 했잖아."
눈을 빤히 보며 말하니 너는 귀까지 새빨개진다. 불만을 쏟아내기 전에 그 입을 막는다.
"잘먹었다."
맛있었다고 덧붙이며.
rei
어느 휴일. 너는 나의 집을 방문했다. 가끔은 편히 쉬는것도 좋겠다며 아까부터 나란히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고있다.
"아, 그러고보니..."
문득 떠오른 생각에 부엌으로 가서 작은 상자를 갖고왔다.
"네가 놀러오면 같이 먹으려고 했지."
상자 안에 들어있던 것은 외제 초콜릿. 퇴근하는 길에 눈에 띄어 사온 물건이다.
"자, 입 벌려봐?"
초콜릿 하나를 집어 내미니 너는 작게 입을 벌려 받아먹는다.
"....마음에 들었나보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미소가 피어난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도 하나 줄래?"
작게 입을 벌리고 기다리니 너는 조심스레 초콜릿을 집어 나의 입에 넣어주었다.
"아아, 맛있네."
너무 달지 않고, 너무 쓰지 않고 딱 좋다.
"더 먹을래?"
네가 끄덕이는것을 보고 다시 한 개를 집는다. 그대로 입에 넣어주려 했지만, 생각을 바꿔 그대로 허리를 안는다.
"자. 아─앙"
초콜릿을 입에 물고 얼굴을 가까이 한다. 망설이는 입술을 약간은 강제적으로 열어 혀로 초콜릿을 밀어넣었다. 나와 너. 두 사람의 열기에 싸여 초콜릿은 금방 달콤함을 남기며 녹아내린다. 부드러운 혀의 감촉과 너의 맛을 즐기며 천천히 입술을 떨어트린다.
"그거 알아? 초콜릿은 미약이랑 같은 효과가 있어."
입술에 묻은 초콜릿을 핥으며 나는 웃는다.
"초콜릿에 함유된 '페닐 에틸 아민'의 다른 이름은 '사랑의 분자'. 이건 연애 중 뇌 내에서 분비 되어 흥분과 쾌감을 유발시켜."
즉, 그 효과는 마약의 일종인 '암페타민'과 거의 같다. 한마디로 뇌의 마약인 셈이다.
"그러니까 봐봐. 너 지금 엄청 두근거리지?"
뺨을 어루만지던 손을 목덜미로 떨어트려, 쇄골을 지나 왼쪽 가슴에 미끄러진다. 그곳은 작은 새처럼 떨고있었다.
"...영화는 나중에 다시볼까."
초콜릿의 맛이 남아있는 입술로 너의 귀를 달콤하게 훔친다. 흠칫 놀란 어깨를 손으로 잡고 그대로 소파에 넘어트린다.
"이번엔 초콜릿이 아니라 너를 녹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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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에서 와인 잔을 흔들고 있던 나의 옆에 네가 앉았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던 얇은 병에 흥미가 있는 듯 했다.
"마셔볼래?"
잔을 내미니 너는 얼굴을 가까이 하고 한 모금 마신다. 그 모습은 마치 고양이가 우유를 핥아 마시는것 같아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어때?"
예상했던 반응이 돌아온다. '달다'고.
"푸리튀르 노블(Pourriture Noble), 디저트 와인 중 하나야."
생소한 단어를 작은 소리로 따라 부른 너는 누른색의 액체를 바라본다. 약간의 장난기가 얼굴에 떠오른다.
"마음에 들면 좀 더 마셔도 돼."
다시 네가 잔에 입을 댄다. 이번에는 조금 더 많이 입 안에 머금은 듯 하다. 꿀꺽, 하고 목이 움직이는것이 보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너는 호흡을 괴로워한다. 이것도 예상했던 반응.
"한번에 많이 마시면 안 돼."
네 손에서 잔을 뺏어와 이번엔 나의 입에 와인을 머금는다. 끈적함이 느껴질정도로 진한 액체를 혀로 어루만지며 네 목에 손을 뻗어 끌어당긴다. 겹쳐진 입술에 혀로 흘려 넣으니 너는 손 끝으로 나의 셔츠를 꽉 잡는다. 와인의 달콤함과 입 안의 뜨거움을 마음껏 맛보고 입술을 뗀 후, 잔을 기울인다.
"자, 한 입 더 줄게."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입을 맞춘다. 입에서 입으로 넘어간 와인은 순식간에 너를 취하게 만들었다. 힘이 빠진 허리를 끌어안고 소파에 살짝 뉘인다.
"흘렸잖아. ....이거 안되겠네."
귓가에 속삭이고는 너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와인을 핥는다. 흔들리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있다. 그리고는 입술이 살짝 올라간다.
"너한테 어울리는 와인이었네."
너는 눈을 깜빡거린다. '고귀한 부패'를 의미하는 푸리튀르 노블은 균에 감염된 포도로 만든다. 겉보기에는 완전히 썩은 과일. 하지만, 썩기 직전의 과일만큼 단 것은 없다. 진하고 달콤한 향은 배덕감까지 느껴진다. 나에겐 너와 닮은 와인이다. 고귀한 의지를 가진 마약 단속관. 하지만 그 속은 나라는 존재에 의해 조금씩 침식하고 부패되고있다.
"지금은 아직 몰라도 되는 이야기야."
날개를 만지듯 부드럽게 손 끝으로 뺨을 어루만진다. 그 때가 되면 너는 최상의 맛으로 나를 즐겁게 해 줄테니.
짤이 이상해보이는건 기분탓
eiji
몇 개월 만에 일이 일찍 끝나 집으로 귀가하여 현관 문을 열어보니 한 명과 한 마리가 나를 맞이했다. 오늘은 쉬는날이었던 네가 볼을 가슴에 안고 '어서오세요' 라며 웃는다. 열쇠를 맡겨주었으니 이 집에 오는것은 자유이다.
"그래. 자, 선물이야."
선물이 아니라면 오는 길에 케이크같은걸 살 리 없다.
"좋아하지?"
반쯤 강제로 건내준 상자를 받고 너는 옅게 웃는다. 무언가 이유를 붙여 단 음식을 사오는 나 자신에게 놀라기도 하지만 결국 네가 웃는것을 보고싶어서 같은 일을 반복한다. 알고 있으면서도 하는일이라 어떻게 보면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기도 하다.
"먹어도 돼."
그렇게 말하고는 방으로 올라간다. 수트를 갈아입고 거실로 나가니 커피 잔이 두개 놓여져 있었다. 내가 소파 옆에 앉으니 너는 '잘먹겠습니다'하고 케이크를 입에 넣는다. 그러자 발 밑을 서성이던 볼이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너는 못 먹어."
볼은 너의 손에 있던 케이크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는다. 거기까진 괜찮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크림을 노리고 앞발을 빠르게 올린다. 순간적으로 케이크를 멀리 떨어트리려 팔을 뻗지만 케이크의 균형이 무너져 접시에서 떨어졌다. 당연히 너는 크림으로 흠뻑 젖었다.
"그 옷 세탁할까. 갈아입을 옷 있지?"
고개를 끄덕였지만 너는 분명히 풀이 죽어있다. 케이크를 못먹게 된 것 보다 나에게 미안해서 그런거겠지.
"이러면 아직 조금은 먹을 수 있나."
여기저기에 묻은 크림을 손으로 찍어 입가에 뻗는다. 잠시 놀란 너는 약간 부끄럽다는 듯이 나의 손가락을 핥았다.
"자, 여기에도 있어."
한번 더 크림을 찍어 내미니 너는 붉은 혀로 똑같이 핥는다. 그 모습을 보다 나는 너를 끌어아는다.
"이런건 젊은놈들이나 좋아하는줄 알았는데 그런것도 아닌가봐."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살결에 입을 대어 크림을 핥아먹는다.
"달아."
희미하게 울리는 너의 목소리는 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크림보다 훨씬 더 강한 단맛이었다.
senna
"어떻게 할까요, 이거...."
테이블 위에 있는것은 형형색색의 롤리팝 무더기. 당신과 쇼핑을 하고 돌아가는 길, 흥미로워 보였던 게임센터에 들려 얻어온 경품이었다. 미국에서 자란 나에겐 추억을 느끼게 해주기도 했지만, 설마 이렇게 많아질거라고는 생각 못 했기에 솔직히 당혹스럽다. 옆에있는 당신도 쓰게 웃는다.
".....뭐, 기분 내킬때 먹으면 되겠죠."
우선 하나를 집는다. 포장지를 까고 입 안에 넣으니 멜론맛이 퍼진다.
"괜찮다면 당신도."
하나를 집어 내민다. 당신은 나와 같이 포장지를 까고 입에 넣었다.
"무슨 맛 이예요?"
약간 핥아 먹은 후 당신은 포장지를 손에 집는다. 거기엔 '소다' 라고 쓰여있었다.
"그럼 톡톡 튀나요?"
한입 달라고 말하니 당신은 먹던 롤리팝을 나에게 내민다. 살짝 핥아보니 혀 끝에서 소다 특유의 자극이 느껴졌다.
"정말이다. 약간 톡 쏘네요. 아, 그럼 이렇게 하면..."
나는 다시 내 롤리팝을 핥는다.
"아하하, 멜론소다가 됐다."
당신이 약간 몸을 기울였다. 반신반의 하는 표정으로.
"정말이예요. 자."
이번엔 내 롤리팝을 내민다. 당신은 아까 내가 한 것처럼 롤리팝 두개를 번갈아 핥는다. 그리고 '정말이다'라며 웃는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나의 의식이 집중된 곳은 대답이 아니라 롤리팝을 핥던 당신의 입가. 붉은 혀가 핥짝거리는 모습은 뭐랄까...
"좀 야하네요."
무심코 본심이 튀어나왔다. 작게 놀란 당신은 나를 올려다본다.
"거 봐, 역시 야하잖아요."
뺨이 분홍색으로 물들어있어 더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그 모습은 항상 침대에서 보여주던 모습과 닮았으니까.
".....먹어버릴까나."
당신의 손에서 롤리팝을 빼앗아 나의 롤리팝과 같이 포장지 위에 올려둔다. 당신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사이 빠르게 키스를 한다.
"잘먹겠습니다."
장난스럽게 웃으며 슬쩍 핥은 입술은 나만의 달콤한 롤리팝. 다른 누구에게도 절대 나눠주지 않을거야.
......별 내용 없길래 대충 쓰고 끝내는 사이드 스토리. 오탈자 검사는 안할래... 귀찮아... 괜히 입 안이 달아진거같은 기분이....
호칭이 매번 '그녀'였다가 이번엔 '너'로 바뀜. 쓰면서 상당히 어색함ㅋㅋㅋㅋㅋㅋ 세나의 경우 호칭은 키미였지만 존댓말캐릭터라 당신으로 바꿈...ㅎ 차라리 너 말고 그녀라고 다 바꾸는게 낫지 않을까 싶긴 한데 귀찮아서 포기. 어차피 별 내용 아닌데 뭐...ㅋㅋㅋㅋ
쓰면서 처음알았는데 알렌이 arlen이었어...? 일본어 발음때문에 알렌이 아렌으로 바뀐게 아니라 정말로 처음부터 아렌이었던거야...? 충격.... 근데 수정 귀찮으니 그냥 알렌으로 쓸래....
얼마 전 루즈엣느와르 인기투표를 하더라. 한달?좀 안되게 했던거 같은데 결과는 뭐..ㅋㅋㅋㅋ 음. 1위는 누구나 예상할만한 그분. 그 아래 순위에 약간 놀랐는데 2위 마카베, 3위 쿠루스, 4위 질, 5위 스오. 6위는 마음아파서 스킵. 마카베가 생각보다 인기 많았음. 나는 성우에 애정을 담아ㅋㅋㅋㅋㅋㅋ쿠루스를 찍긴 했는데 얘도 약간 의외... 인기투표에선 좀 낮을줄 알았음.... 오히려 질이 인기 많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냥 그렇네? 전 시리즈에서 박힌돌이 너무 많았나? 사실 1위 아래로는 의미없는 투표긴 했는데 좀 놀란건 없지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