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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 1. 사이카와 부부의 재주
어딘가 앳되고 귀여워보이는 그녀는 서류로 입을 가린 채 웃고있었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일련의 상호 작용을 마친 두 사람. '이상한것을 봤다'고 생각 한 나는 마츠바라씨에게 제대로 지적받았다.
"정말로 배짱이 좋나봐?"
예쁘게 미소를 짓고 있어도 미간에는 주름이 잡혀있었다. 트레이닝중에 한눈파는건 내가 처음이라고 말하는 마츠바라씨는 화를 한번에 터트리는 사람인줄 알았지만 그저 목소리를 높여 화를 내는게 싫은것인지 조용히 나를 설득했다.
"항상 착하게 살 필요는 없지. 가끔씩 풀어주지 않으면 머리가 폭팔할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기본적으로 얌전히 행동하고 사내에서 아군을 만들어 두는게 좋을거야."
"네."
"그래서? 노나미는 무엇때문에 그렇게 정신이 팔려있던거야?"
마츠바라씨는 옆 책상에서 노트북을 접고 몸을 돌려 이야기 들을 준비를 했다. 그게 약간 기뻐서 내가 방금 봤던 것을 줄줄이 이야기한다.
".....그런일이 있어서요."
한눈팔았던 이유를 설명하니 마츠바라씨는 적당히 장단을 맞춘다. 일련의 흐름을 설명하니 마츠바라씨는 흥미가 없다는듯이 책상에 팔꿈치를 얹어 턱을 괴고 말했다.
"...그래서?"
"예!? '그래서?'가 아니잖아요!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무런 대화 없이 인감을 전해주고, 서류를 받아갔어요! 의학 드라마에서 의사가 수술하는 도중 '메스' 라고 말하면 간호사가 메스를 꺼내는거 있잖아요! 그걸 '메스' 라는 말 한마디 없이 메스를 꺼낸거나 다름 없지 않나요!?"
"그거 엄청 위험한 상황 아니야...?"
"그런뜻이 아니예요! 엄청 놀랐다구요! 혹시 우리 회사는 그런 독심술같은 능력이 필수인가요...?"
"푸훗"
마츠바라씨는 갑자기 뺨을 부풀리며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마츠바라씨 더러워요."
"노나미가.. 웃긴이야기를 하니까 그렇지! 독심술이 필수 스킬이라니... 아니야, 아니야. 그건 단순히 오래 사귄 사람들이 부리는 재주."
"예...?"
"우리 회사에선 유명해. '사이카와 부부'라고."
"그 두 사람 부부였나요?"
"아니, 둘 다 독신. 그런데 하나무라가 사이카와의 아내냐고 불릴정도로 생각을 잘 읽어서 사이카와부부라고 불려."
"그렇군요...."
그 두사람을 잠깐 보니 이번엔 평범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여자는 남자의 책상 옆에 서서 서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그렇게 신경쓰이면 소개시켜줄까?"
"예?"
"딱좋네. 인사한곳이라고는 아직 관리직밖에 없고 저 두사람은 같은부서니까 같이 인사하면 되겠다."
"예...예...?"
가자,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난 마츠바라씨는 바로 두사람이 있는 영업 2과 팀으로 걸어간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나는 허둥거리며 마츠바라씨의 뒤를 따라갔다.
"수고가 많네. 두사람 지금 시간좀 괜찮을까?"
마츠바라씨가 말을 거니 두사람은 마츠바라씨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의자에 앉아있던 남자도, 옆에서 서있었던 여자도 갑자기 말을 걸어서 약간 놀란듯한 표정이 똑닮아 보였다.
"수고 많으십니다, 마츠바라씨."
남자는 산뜻하게 웃으며 대답을 한다. 처음으로 정면에서 얼굴을 봤지만 보면 볼수록 잘생겼다. 오똑한 콧날과 죽 찢어진 눈, 닫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좋은 인상을 주었다. 이 사람 인기 좋겠구나, 하고 한번에 알아보았다.
그녀를 말하자면 겸손하게 인사를 하곤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있었다. 멀리서 보기에 둥그스럼한 외견과 앳된 인상이었던 그녀는 가까이서 보니 훨씬 의젓하고 얌전해보였다.
"신입좀 소개해주려고. 내가 트레이닝하고있는 노나미 유카. 한동안 같이 일할 일은 없을것 같지만 회식은 같이 가겠지."
"신입사원 노나미 유카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서둘러 꾸벅 인사를 한다. 고개를 올려 두 사람을 보니 똑같은 표정으로 살짝 웃고있었다.
"영업 2과의 사이카와입니다. ...마츠바라씨 아래로 들어가다니 불쌍해라."
"사이카와군, 그거 무슨의미야?"
"일을 엄청나게 잘하는 우수한 선배 밑으로 들어가는게 불쌍하다는 의미였습니다?"
"어머, 겸손떠는거야? 최연소 주임이 그런말 해봤자 소용 없다구."
가볍게 말싸움을 하는 두사람을 옆에두고 여자는 나를 바라보고 생긋 미소지었다.
"2과 영업직의 하나무라입니다. 내가 회사에서 도와줄수 있는일이 있을지 모르겠네. 사내 절차같은걸로 고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줘."
"감사합니다."
"사이카와군이랑 하나무라는 내 2기수 아래 후배. 둘이 동기야."
그렇게 소개받은 두사람은 웃는모습이 똑같았다. 아까 보았던 광경이 인상에 깊게 남아 두사람만의 특별한 고리를 찾고싶어 그렇게 보인걸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나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본다.
"....정말로 부부같으시네요."
내가 불쑥 흘린 말에 마츠바라씨는 재미 없다는듯이 말했다.
"죽이 척척 맞는 사이카와부부니까."
"아니요, 그런것보다는... 분위기가..."
오랜시간 같이있으면 얼굴이 닮는다는말을 떠올리며 어중띄게 말을 하자, 사이카와씨가 하나무라씨쪽으로 얼굴을 돌리며 웃었다.
"그렇대. 하나무라씨, 정말로 결혼할래?"
하나무라씨의 손을 잡으며 그렇게 말해 깜짝 놀랐다.
"어머나 사이카와군♡ 그러면 정말로 하고싶어지잖아요."
하나무라씨도 자신의 한쪽 손을 뺨에 대고 기쁜듯한 표정을 짓는다. ....뭐야 이게!
"너네들 꽁냥거리지 마! 노나미도 괜히 저 두 사람이랑 친해졌다가 짠내 풍기지 말고."
"예에..."
....이상하다. 갑자기 하트를 날리기 시작한 두 사람에게 강렬한 위화감을 느꼈다. 뭐라고 해야할까... 일부러 그런것 같다고 할까...
"실례했어. 노나미, 가자."
"네, 네."
"노나미씨, 다음에 술한잔 하자."
사람좋게 팔을 휘두르는 사이카와씨에게 인사를 하며, 눈앞에서 꽁냥거렸던 두사람때문에 화가 나있던 마츠바라씨의 뒤를 쫓아간다. 아무래도 위화감이 지워지질 않아 물어보았다.
"정말로 결혼한게 아닌가요?"
"그럴리 없어. 그건 그냥 가십거리야. 두사람의 철판 가십. 물론 평소에 사이는 좋겠지만 뭐다저다 하면서 몇년동안 저러고있어. 사이카와군은 하나무라를 하염없이 좋아하고, 하나무라도 싫어하는것같지는 않지만 저건 그냥 재주의 영역이야."
그렇게 설명해봤자 역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슬며시 뒤를 돌아 두사람을 본다. 사이카와씨는 아직도 하나무라씨의 손을 잡고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그 손을 하나무라씨가 다시 꼭 잡았다. 약간 부끄럽다는듯이.
"..."
보면 안될것을 보았다. 그런느낌이 들었다.
(...저정도면 정말로 결혼한게 아닐까...?)
입사 첫날.
나의 중점적인 관심사는 '사이카와 부부'가 되었다.
번역은 역시 나의 적성에 안맞는것인가... 힝... 일본어는 일본어로 알아들으면 그만인데 한국말로 풀려니 애매하네... 물론 내가 일본어를 못해서 그런거지만..ㅎ... 아니.. 생각해보니 나 이과였잖아? 미친...
마츠바라가 짜증내는부분ㅋㅋㅋㅋ 왠지모르게 '저거 지랄이야 지랄!!'하면 잘어울릴거같았음... '네타'라는 말을 한글로 풀기엔 좀 애매해서리...ㅋㅋㅋ
아 그리고 문장을 쪼개서 번역하다보니까 이게 어쩌다가 빠진 문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번 죽 읽어보다가 웬 하트??? 이러고있었는데 막상 번역하고나니까 하트가 없어.. 뭐지?? 하고 다시 찾아보니 문장 누락..ㅋㅋㅋ 어흑... 다른곳에서도 누락된 문장 꽤 많겠지...? ㅠ_ㅠ
그나저나 저 부부는 보기만해도 좋네 ㅠㅠ 남주도 남주지만 여주도 매력있는거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