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련 무도 에투알
찾아줘! 당신의 아이돌 스타!
“여러분! 오늘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밀키☆웨이웨이의 라이브 끝까지 즐겨주세요!”
“오오오오오!! 밀키쨔앙!!”
당신은 당신이 좋아하던 아이돌 유닛 밀키☆웨이웨이의 라이브 콘서트에 왔습니다. 수많은 관객들이 오리쨩과 히코쨩 두사람의 등장에 울부짖고 있습니다.
“오늘 첫번째 곡은 당연히 이 곡! 들어주세요!”
“와아아아아아아!”
두사람의 환한 미소에 당신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집니다. 수많은 관객들이 밀키쨩에게 미소를 건네받고 있습니다. 당신은 한 명의 여자아이가 아닌, 에투알로써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도, 이 싸움속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이 활기를 띄게… 웃을 수 있게 만들고 싶어. 지금은 여기 있는 미소를 지키는 것밖에 못하지만, 그것 뿐 아니라 아이돌처럼 많은 사람들을 웃게 하고싶어. ….많은 사람들을…..
환호를 지르며 당신은 동료들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가장 웃게 해주고 싶은 친구의 얼굴을. 눈 앞에는 좋아하는 밀키가 있는데 당신의 마음은 무거워집니다. 당신은 어제 동료 한 명과 싸워버렸습니다. 에투알의 동료이자 친한 친구 중 하나인 그 아이. 당신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에투알의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같이 이 마을을 지키고 싶다’는 그녀의 강한 마음과 부딪힌 것입니다. 마왕과의 싸움에 총력을 다 해야 한다고. 그게 우리들의 사명이라고.
물론 그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도 그녀도 사실은 평범한 소녀입니다. 장래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틀렸을지언정 꿈을 양보할 수는 없었습니다. 마왕은 기다려주지 않겠지만, 꿈도 그만큼 중요합니다.
사실 그 아이도 이 라이브에 같이 올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싸운 이후 어색해진 관계에 같이 가자는 말을 꺼낼 수 없었습니다. 무대 위가 반짝반짝 빛납니다. 그 모습을 눈앞에 둔 당신의 뒤에는 싸워서 거리가 멀어진 그녀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저 무대를 같이 봤으면 좋았을텐데. 역시 돌아가면 사과해야겠어….. 당신은 밀키를 응원하며 그렇게 다짐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쾅!
“꺄악!”
갑자기 조명이 떨어지며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공연장 사람들이 웅성거립니다.
“뭐, 뭐야 이거!”
“저리 가! 오지 마!”
비명소리와 같이 다시 조명이 켜집니다. 그곳에 비춰진 건 지금이라도 밀키☆웨이웨이를 덮치려 꿈틀거리는 촉수들이었습니다! 당신은 마왕 수하의 소행임을 알아채고 무대로 향합니다. 하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는 관객들에게 휩쓸려 좀처럼 밀키를 구하러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사이 무대의 조명이 켜졌습니다. 결국 그 녀석이 무대 위에 나타난 것입니다.
“네에~ 귀여운 아이돌쨩도, 반짝이는 노래도… 저~언부 내가 뒤집어 엎.어.줄.게. 세레스쨩 등장~! 귀여운 아이돌쨩의 믿음을 모으는 힘, 마왕님을 위해 쓰도록 할게?”
매혹적인 웃음으로 형용하기 힘든 생물체를 다루는 간부, 세레스입니다. 역시 그의(…그녀의?) 소행이었습니다. 당신은 일단 동료에게 긴급 호출을 보냅니다. 참고로, 친구들에게 사인을 보내는 이 깜찍하고 코즈믹한 아이템은 모 장난감 메이커에서 판매중!
“으악! 뭐야! 저 생물은!”
“밀키에게 접근하지 마!”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라이브에 오지 않는 건데!”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출구를 향해 달리는 사람, 아이돌을 지키기 위해 무모하게 달려드는 사람. 라이브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닙니다. 이대로 있다간 밀키쨩의 라이브가 무산됩니다. 당신에게 친구를 기다릴 시간은 없습니다. 지금 바로 에투알로 변신하여 아이돌을 덮치려는 마물을 물리쳐야 합니다! 당신은 변신 지팡이를 휘둘렀습니다. 모두의 아이돌을 혼자 독차지하는 건 용서할 수 없어! 별빛이여! 사람들의 미소를 되돌려줘! 프리즘 에투알!
사람들의 미소를 되돌려 놓고 싶어. 사람들의 미소를 지키고 싶어. 당신의 의지에 만물의 어머니 우주가 대답합니다. 아름답게 반짝이는 별의 가호가 당신에게 쏟아지며 엄청나게 강한 힘과 엄청나게 귀여운 코스튬을 선사합니다. 가련하게 싸우는 당신이야 말로 빛나는 별의 에투알. 악을 무찌르는 혜성의 탄환, 스타 불릿!
변신을 마친 당신은 밀키에게 덤벼드는 촉수를 조준하여 총알을 발사합니다. 악을 무찌르는 별의 탄환은 멋지게 적중하여 촉수의 움직임을 막았습니다.
“스타 불릿이다!”
“에투알의 스타 불릿이 왔어!”
“스타 불릿! 밀키를 구해줘!”
관객들도 응원해주고 있습니다. 당신은 사람들에게 멋진 윙크를 날려보냅니다. 세레스의 뜻대로 놔두진 않을 거야. 당신은 그를 노려봅니다. 하지만 세레스는 뭐가 즐거운지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걸까요?
“정말이지! 제일 먼저 방해하러 오는 게 스타쨩이라니…. 아앗, 스타쨩 혹시…. 질투하는 거야? 우후후훗, 걱정 마. 나한테는 스타쨩이 최고니까.”
“…..? ……!?”
세레스는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그것 때문에 화난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저런 발상이 가능한지 모르는 채 당신은 강하게 부정합니다.
“아하하! 더 화났어. 너어무 귀엽다~”
“…..”
세레스가 입맛을 다시며 당신에게 다가갔습니다. 그 매혹적인 미소가 정말로 당신을 잡아먹을 듯하여 등줄기가 서늘해집니다. 당신은 무의식적으로 한걸음 뒤로 물러났습니다.
“!”
그 순간 촉수가 발 밑을 감싸 올라왔습니다. 몰래 발 밑에 접근해 있던 모양입니다. 발이 묶인 당신은 그대로 넘어졌습니다. 마법총이 손에서 미끄러져 무대 위로 굴러갑니다. 서둘러 손을 뻗어보지만 닿지 않는 거리입니다.
“빈틈 발견. 우후훗. 엎드려 기어가는 모습도 귀여워, 스타쨩.”
또각거리는 구두소리가 가까워집니다. 세레스는 채찍의 손잡이로 당신의 얼굴을 들어올립니다. 당신을 내려다보는 세레스의 눈빛은 먹이를 발견한 짐승같았습니다. 당신도 지지않고 세레스를 노려봅니다.
….? 문득 이럴 때가 아니란 건 알지만, 당신은 눈앞에 있는 세레스의 대담한 슬릿에 눈을 빼앗깁니다. 허벅지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데다가 자세를 조금 바꾸면 그 안까지 보일 것 같습니다. 약간 걱정이 됩니다. 1
“….어멋~! 그렇게 빤히 쳐다보다니, 우훗. 스타쨩 변태!”
아, 아니야!
세레스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큰소리로 부정해버립니다. 오히려 수상해 보일 정도였습니다. 당신은 잠깐 신경이 쓰였을 뿐입니다. 치명적인 정도로.
“….아하하, 그것도 귀여워어…. 후후. 스타쨩도 이대로 대려가서 아이돌쨩이랑 같이 프로듀싱 해버릴까? 물론 당신이 춤추고 노래하는 걸 지켜볼 관객은 나 하나 뿐이지만. 우후후후후훗”
….! 그렇게 되진 않을 거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당신은 확실히 불리한 상황이었습니다. 옆을 흘깃 보니 밀키쨩도 다시 촉수에게 붙잡혀 있었습니다. 이대로 모두의 아이돌을 세레스에게 빼앗겨 버리는 걸까요. 분노에 이가 갈립니다. 그때, 그림자가 날아왔습니다.
“그렇게는 못합니다!”
“!어머머… 방해꾼이 오셨네.”
공포에 떨고 있는 객석 저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스타 불릿, 도와주러 왔어!”
동료들이 나타나 무대 위에 올라섭니다. 가련한 에투알의 참전에 객석은 희망을 발견하고 열을 올렸습니다.
“힘내라, 에투알!”
“우리들의 밀키를 구해줘!”
동료 중 한 명이 달려와 당신을 잡고 있는 촉수를 잘라내었습니다. 제일 먼저 당신에게 달려온 사람은 어제 싸워버렸던 그 아이였습니다.
“스타 불릿, 괜찮아!? ….어제는 미안해… 반성하고 있어. 네 꿈도 똑같이 소중한데…. 그땐 화가 나서….”
….아니야!
당신의 입은 멋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나야말로 미안해.
라고.
“하하…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서로 사과를 하고 난 후 자연스럽게 미소가 피어오릅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주워 준 마법총을 받아 듭니다.
“….스타 불릿, 같이 사람들을 구하자!”
“네 소중한 아이돌 무대를 망치는 건 나도 용서할 수 없어.”
동료들의 말에 당신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반대편에서는 세레스가 채찍으로 공격을 받아치고 있습니다.
“후후후, 다 모인 것 같네. 다들 나만 빼고 놀다니. 질투 날 것 같잖아. 오늘의 주역이 누구인지 알려줄게!”
세레스는 소환술을 펼쳐 전보다 훨씬 큰 촉수를 소환합니다. 당신은 밀키를 보호하며 마법총으로 촉수를 잘라냅니다.
“얘들아! 시작하자!”
동료의 신호를 받고 당신은 동료들과 모여 촉수를 향해 손을 뻗습니다.
드넓은 우주여, 이곳을 지켜줘! 당신의 마법총에 별의 힘이 깃듭니다. 깊은 어둠속에서 빛나는, 역경을 이겨내는 미소의 빛. 동료들에게도 각각의 힘이 에워쌉니다. 그 힘이 지금 하나로 모여질 것입니다.
"뤼미에르 에투아아아알!!“
목소리를 맞춰 필살기를 발사합니다.
“공격해! 촉수쨩!”
세레스 또한 질세라 이계의 생물에게 명령합니다. 하지만 에투알이 발사하는 우주의 빛에는 당해낼 수 없습니다. 당신의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 꿈과 희망, 이 마을을 지킬 의지가 별의 힘을 강하게 만듭니다. 모든 악의는 아름다운 빛속으로 사라져 갑니다.
“꺄아앗! 촉수쨩! ….크윽, 오늘은 포기해 주겠어. 두고 보라구!!”
세레스는 발걸음을 돌려 무대 뒤편의 어둠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당신은 그를 붙잡으려 뻗은 손을 천천히 내립니다. ….당신은 마음 한편으로 생각합니다. 언젠가 적대적 관계인 세레스도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도 귀엽고 반짝반짝한 아이돌을 좋아한다면 언젠가 이야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세레스의 미소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사실은 세레스를 싫어하지 않아. 예전부터 더 친해질 수 있진 않을까, 생각했어. 하지만 돌아가고 싶어. ....동료들과 만나고 싶어. 모두 나의 소중한 친구들이니까.....
기억 너머로 흐릿해져가는 그녀의 말을 되짚어 본다. 그럴 때마다 세레스의 마음 속에는 편안한 분노가 솟아오른다. 그런 말을 들으면 기대하게 된다. 그때 독점욕을 내뱉지 않았더라면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까. 부서지지 않은, 깨끗한 모습 그대로 자신에게 오지 않았을까. 세레스는 그날 스타 불릿의 한마디에 미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년 간의 기대와 언제나 아름다운 그날의 기억이 지금의 세레스를 조종하고 있다.
몇 년 후.
“꺄아아아! 밀키이이이!!”
“귀여워어어! 여기좀 봐줘!!”
“미, 밀키!!”
몇 년 전보다 훨씬 인기가 많아진 밀키☆웨이웨이의 라이브 공연. 청년은 열광하는 관중 속 다른 관객들과 똑같이 소리지르는 척하며 무대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그는 누군가의 고집에 못이겨 이곳에 따라온 게 아니다. 그의 의지로 이곳에 왔다. 무대위에 빛나는 귀여운 얼굴, 귀여운 노래, 귀여운 안무, 귀여운 옷. 귀여운 건 전부 모아 놨다. 이전의 그라면 분명 그곳에서 눈을 돌리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전부 부수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을 것이다.
“.....후훗.”
일단 ‘악의 조직 간부’였던 청년은 불온한 생각을 하며 허리를 흔들었다. 지금은 이계의 세레스 단체로부터 힘을 얻을 수 있지만 마왕의 힘이 닿지 않아서인지 깊게 관여할 수는 없는 듯하다. 이제 한동안 쓸 일 없겠지.
지금은 악역을 할 때가 아니다. 지금 와 있는 라이브 무대도 그것을 위해 온 것이 아니다. 밀키☆웨이웨이의 라이브 관객은 갈 때마다 늘어난다. 그는 그 수많은 관중들 속에서 찾아야만 했다. 그의 세계의 중심. 그의 폴라리스를.
“와아아아! 밀키!! 윙크 날려줘어어어어어어어어!!”
앞에 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머리에 울린다. 어느 날 그녀와 싸우던 도중 그녀가 이 아이돌의 팬이라는 정보를 얻고, 이 많은 관객들 사이에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그 아이를 찾아내는 것이 몇 번째일까. 아니, 몇 년째일까. 티켓이라면 아는 사람의 연줄로 쉽게 구할 수 있고, 돈도 뭐, 문제 없다. 그 다음은 시간만이 필요할 뿐이었다. 세레스였던 청년은 자신도 놀랄 정도로 그녀에게 집착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것이나 예쁜 것을 자신의 손으로 더럽히고 파괴하는 순간을 가장 좋아했다. 비참하고, 허무하고, 불쌍한 모습이 가장 귀엽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것은 파괴가 이끄는 현혹의 해방이었다. 마왕을 만나고, 이계의 힘을 얻은 후부터는 더더욱 갈망을 억제하기 힘들었다. 아름다운 것을 더러운 생물과 유린하여 더 이상 쓸 수 없도록 만들었다. 세레스라는 짐승이 되어 욕망이 이끄는 대로 행동했다.
하지만 귀여운 그 아이의 존재는 아무리 이 손으로 더럽혀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항상 아름다웠고, 항상 갖고 싶었다. 더럽혀지지 않는 그녀는 아직도 세레스를 옭아매고 있다. 자신의 안에서 항상 아름다운 그녀 때문에.
“밀키! 밀키!”
눈 앞에 있던 팬이 튀어오르며 옆좌석으로 넘어간다. 그 사람을 말리려 옆좌석을 어!? 거짓말! 귀여워!!
‘겨우 찾았다. 설마 눈 앞에 있을 줄이야.’
만약 이런 일이 있었다면 이렇게 생각했겠지 싶었는데. 어디까지나 청년의 본질은 세레스였다.
잘못 봤을 리 없다. 아니, 몇 번인가 비슷한 키를 가진 여자아이를 쫓아갔던 적이 있으니(그리고 경비원에게 끌려갔다.) 단정지을 순 없다. 하지만 그 경험 때문에 청년은 더욱 신중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역시 틀리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린다. 그녀였다.
그건 그렇고, 귀여워. 약간 어른이 되어서 또 귀여워졌다. 어쩌면 귀엽다는 차원을 벗어났을지도 모른다. 이거 설마 10년 뒤에도, 50년 뒤에도 귀여운 거 아니야? 아니, 부우우운명히 귀여울 거야. 어.....!? 귀여워...... 5억광년 뒤에도 똑같이 귀엽겠지. 앗? 이건 시간 단위가 아니던가?
청년은 머릿속이 가득 차서 어찌할 바 모르고 안절부절 못 했다. 어째서 인가 ‘말을 걸자’, ‘정체를 숨기고 접근하자’, ‘납치해버리자’ 하는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도 귀엽다. 어쩌면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은 아이돌이 몇배는 더 귀엽다든가, 그다지 귀여운 구석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아름답게 보인다. 다른 사람은 안중에 없을 정도로. 그래서일까. 청년은 지금의 자신을 되돌아본다.
‘악역’이라는 칭호는 잃고 ‘세레스’라는 이름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 청년은 ‘다른 사람’그 자체였다. 흔하디 흔한 이 남자가 그 ‘세레스’였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그때의 악역 캐릭터가 지금은 초라한 단역으로 전락해버렸다고 생각하고 상대도 안해주는 거 아니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뻗은 손은 그대로 멈춰 있었다. 손을 거둘 수 없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이 세계에서 그녀만이 아름답게 빛나는 샛별이었다. 만져도 되는 것인가, 만질 수 있는 것인가 알 수도 없는 채.
그것보다, 뭐라고 말을 걸지?
“크윽,”
“아, 죄송합니다..... 밀키쨔아아아아아아아아앙”
옆의 남자가 부딪쳤다. 아니, 용서하지 않겠어. 이제 됐어. 해버리자구. 이런 기회가 어디 있다고? 주변에 엑스트라(동료)도 없는 것 같고? 이왕 한다면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어? 청년은 아저씨의 어깨위에 손을 올렸다.
“어이.”
“히익!?”
남자가 눈에 보일 정도로 겁을 먹었다. 그야 그렇겠지. 지금 자신은 얼핏 보기에 불량한 청년으로 보일 테니. 키도 크고 체격도 있다. 아이돌 오타쿠 아저씨를 조금 겁주는 정도는 자신 있다. 그걸 알고 있는 청년은 서늘한 목소리로 남자에게 시비를 건다.
“아까부터 옆 사람 거슬리게 하는 거 알고는 있냐.”
“어엇....... 하지만, 그거, 일부로는,”
“일부로든 아니든 옆으로 좀 비켜. 자리 있잖아. 벌써 내가 본 것만 4번째야.”
“아앗..... 죄송합니다.”
“나한테 사과하지 말고!”
“히익!”
아저씨의 목을 잡고 그녀에게 돌렸다. 뭔가 조금 더러운 느낌이 들긴 했지만 없던 일로 치자. 청년은 이번에 친절한 목소리로 말한다.
“미안. 놀랐지...? 내가 여기 있을테니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신호 보내줘.”
연기는 잘 할 자신 있지만 이번만큼은 긴장이 된다. 최대한 싱그러움을 연출하며 미소 짓는다. 그녀는 작게 감사 인사를 하고 윙크를 한 후 청년의 얼굴을 바라본다. 들켰나? 아니, 이정도는 괜찮을 거다. 분명히. 어라? 다시 여기 보는 것 같은데? 아니, 아니. 괜찮아, 괜찮아....
라이브는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것 같다. 청년은 그녀에게 정체를 들키지 않았는지, 이후로 그녀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것인지 머릿속이 가득 차 있었다. 라이브 같은 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년도 같이 일어난다. 이번에야말로 ‘아까 괜찮았어?’, ‘요즘 이상한 사람이 많더라.’, ‘괜찮다면 역까지 같이 갈래?’ 라는 말을..... 어라?
그녀가 먼저 이쪽으로 오고 있다. 어떡해, 어떡하지? 정말이야? 이런 때에 소녀의 마음이 발동돼서 아무것도 못하다니. 너무한 거 아니야?
아깐 감사했습니다!
“아.....”
그녀에게 감사인사를 받는 건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청년은 귀를 의심했다.
꼭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뭐!?”
설마 이건..... 추파!? 세계의 중심은 ‘기적’ 바겐 세일이라도 하고 있는 건가.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그녀는 청년에게 첫눈에 반해버렸다. 정확히 말하면 ‘첫눈’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상대의 연정과 속마음을 짐작한 청년도 설마하는 상황에 순간 당황했다.
“아,아니, 괜찮아, 인사는 무슨. 아… 아니, 응? 괜찮나? 어… 음. 쪼끔만 기다려. 오해하지 않을 것같은 말좀 생각해 볼게.”
하지만 기적적으로 밑도 끝도 없이 상황이 좋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저 얼굴좀 봐. 그녀의 얼굴은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청년을 올려다보고 있다. 저런 얼굴, 이전에는 본 적이 없다. 남자한테 그런 얼굴 보여주는 거야? 좀 도와준 정도로? 내가 말하기도 뭐하지만 당신 이런 취향이었어? 세레스가 있는데 추파를 보낸다고? 이거 바람 피우는 거 아니야? ....그 상대가 나니까 상관 없긴 한데. 청년은 잠시 벌어온 시간으로 그런 생각을 하곤 심호흡을 했다. 여기서 멈출 순 없다. 친구와 꿈을 버리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보이는 대로, 지금 모습 그대로 행동하면 돼. 세레스가 되기 전부터 계속 해왔던 일이다. 겨우 만났어. 약간은 서비스 해줘야지.
“.....나 주변에 아이돌 좋아하는 친구가 없어서 그러는데 괜찮다면....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래? 아아, ....아니, 안돼. 이것도 추파같잖아. 저, 나는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라… 너랑 친구가 되다니....”
그녀가 살며시 웃는다.
그럼 역 앞 카페에서 오늘 라이브 공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래요?
“나랑? ....그래도 돼!? ....고마워!”
흥분을 눌러 담으며 이렇게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다니. 나도 어지간 하다.
“가자. 나 이 근처에 자주 와....”
걸어가려던 순간 그녀가 작게 비명을 질렀다. ....무의식중에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가려고 했던 것 같다. 너무 들떠 있었나 보다. 청년은 서둘러 떨어진다.
“미, 미안! 손이 너무 솔직해서… 가 아니라, 내가 조금 친한 척하는 버릇이 있어서, 정말로 미안해....”
당황스런 마음을 담아 머리를 숙였다. 그녀는 청년을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다 다시 웃는다.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난 마사야스라고 해. 투박한 이름이지? 발음도 어려우니 ‘야스군’이라고 불러도 돼. ....하하, 네 이름은 뭐야?”
그녀도 그녀의 이름을 말해준다. 별이 반짝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 그랬구나.... 그래.....”
....이렇게 쉽게 알 수 있는 거였구나. 잠시 놀란다. 그녀의 이름을 되새긴다. 예쁜 이름. 객관적으로 어떻게 평가될 진 몰라도, 항상 부르고 싶었던 이름이 운명처럼 목에 익숙하다. 스타 불릿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여자아이의 이름이다. 마침내 별에 손이 닿았다. 이곳이 청년의 중심. 밤하늘을 맴도는 폴라리스였다. 하지만 잡는 것은 좀 더 나중의 이야기.
変身ヒロインは敵のオネエ幹部なんかに負けないんだからね!
- スリット 길게 찢어진 옷, 혹은 찢어진 틈.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