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独白

by mulyeot 2020. 3. 4.

 

 

 

 

 

 

 

스포일러어ㅓㅓ어ㅓ어어ㅓ어ㅓ어ㅓ어

 

 

 

 

 

 

 

 

 

독백

 

 

 

 

 

 

 

 

 

나에게는 항상 좋아했던 사람이 있다. 아케치 리히토. 왠지 밝지 않은 소꿉친구. 나와는 대조적인 사람. 내가 말하긴 뭐하지만 나는 학교 교실 한가운데에서 잘 떠드는 밝고 명랑한 사람. 성적은 평범하지만 운동은 잘한다.

리히토는 교실 구석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 성적은 좋지만 운동은 엄청 싫어하는 멸치[각주:1]. 유치원 때 내가 리히토 군의 옆집에 이사 갔던 것이 첫 만남이었다. 그때도 리히토 군은 상당히 조용했지만, 막 이사 와서 친구 하나 없이 유치원을 겉돌던 나에게 자주 말을 걸어주었다. 지금도 리히토 군 덕분이 밝게 자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리히토 군과는 항상 함께였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는 같이 가지 않았다. 아니, 못 갔다. 하지만 근처에 살았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연락은 계속하고 지냈다.

 

리히토 군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리히토 군은 내가 아닌 다른 여자아이를 상대하길 어려워했고, 나를 지키기 위해 등하굣길엔 항상 나의 옆을 걸어왔다. 가끔은 감정 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치사한 사람이라 그것을 모른 척하고 지냈다. 그냥, 부끄러워서. 나도 그때 즈음부터 리히토 군을 계속 좋아했다. 그 시절엔 초등학교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사귀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관념 때문에 더욱이 모른 척하며 사이좋은 소꿉친구를 선택했다.

 

중학생이 되어 남녀 교제에 대해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을 때도 리히토 군을 좋아했다. 리히토 군도 나를 좋아했지만 나는 이제 와서 좋아한다고 말하기가 새삼 부끄러워 마음을 숨긴 채 지내왔다. 너무 소극적이었다. 리히토 군도 비슷한 마음이었는지 먼저 고백하는 일도 없었고 우리들의 관계는 변하지 않은 채 항상 사이좋은 소꿉친구였다. 같은 나이임에도 남매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것이 꺼려져 언제부터인가 나는 여동생 이미지로, 리히토 군은 오빠의 이미지로 낙인이 찍혀 항상 붙어 다니는 남매 취급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그대로 행동했다. 모르는 일, 하기 싫은 일은 전부 리히토 군에게 떠넘겼다. 리히토 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해결해주었다. 그게 나에겐 당연한 일이 되어 어느새 치사한 아이가 되어있었다. 리히토 군을 내 좋을 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결과물을 받을 때, 그가 약간 곤란한 듯이 웃을 때에는 죄책감에 시달렸지만 나에게 뿌리내린 치사한 여동생 이미지는 그것을 희석해 주었다.

 

그 후 치사하고 제 멋대로인 나는 리히토 군에게 수많은 일을 의지하게 되었다. 그것은 고등학생이 되어도 변하지 않았다.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나는 리히토 군에게 같은 역할을 바랐다. 오빠 같은 사람. 좋아하는 사람. 하지만 나는 치사하고 제멋대로이고 이기적인 사람이라 좋아한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그도 좋아한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리히토 군은 나와는 달리 솔직한 사람이지만 부끄럼쟁이에 여자아이는 어려워하고 소심해서 말을 못 한 것 같다.

나는 그때 이기적이고 염치없고 나 자신을 과신했기에 다른 남자와 사귀며 리히토 군의 관심을 끌거나 연애상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 언젠가 정신적 한계가 온 리히토 군이 그 녀석보다 내가 더 너를 좋아해라고 고백하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히토 군은 가만히 상담을 들어주었을 뿐 좋아한다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나의 이기적인 상처로 남아 약속을 깨거나 잡다한 일을 맡기곤 했다. 나는 정말로 멍청하고 어리석었다. 그때 말 할걸. 사실 리히토 군을 좋아하고 있었다고. 그렇게 말했다면 나는 리히토 군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커플이 되었겠지. 말 한마디를 할 수 없어 나는 리히토 군과의 관계를 보류했다.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다가가지 않는 최악의 여자. 하지만 그것이 나의 한계였다. 나는 멍청하고 솔직하지 못하고 귀여운 구석 하나 없는 여자였으니까.

 

고등학교 3학년. 대학교의 진로를 결정할 때 나는 리히토 군과 같은 대학교를 지망했다. 하지만 리히토 군은 머리가 좋았다. 머리가 너무 좋아서 더 높은 곳에 있는 대학을 지망하기 시작했다. 나는 머리가 좋지 않아 리히토 군과 같은 대학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같은 대학에 가자고 싱그럽게 웃는 리히토 군에게 갈 수 없다는 말을 꺼내기 힘들었다. 쓸데없이 자존심만 강해서.

열심히 공부해보았지만 성적은 오르지 않아 선생님도 나의 목표 대학을 만류할 정도였다. 더 공부해봤지만 성적도 모의고사도 마음처럼 오르질 않았다. 이때라도 자존심을 접고 솔직하게 말했으면 좋았을걸. 내 머리로는 그 대학에 갈 수 없으니 지망 대학을 바꿨다고. 그 말을 할 수 없는 나는 혼자 지망 대학교를 바꾸고 리히토 군에겐 이 대학교에 더 가고 싶었다고 말하며 알량한 자존심을 채웠다.

그가 엄청나게 상처받은 것은 알고 있었다. 그때 리히토 군의 얼굴은 생전 처음보는 얼굴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모른 척하며 가고 싶지도 않던 대학교에 진학했다. 사실은 리히토 군과 같은 대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하지만 리히토 군과 떨어지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그를 방치하게 되었다. 가끔 리히토 군이 보고 싶어서 같이 밥을 먹거나 칭얼거리던 게 가장 더럽고 치사했던 부분. 그는 착해서 나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항상 친한 오빠처럼 나를 대해준다. 항상 좋아했지만 결국 내 목 안에서 좋아한다는 말은 나오지 못했고 그도 좋아한다고는 말해주지 않았다. 오랫동안 서로를 좋아했는데 나의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나 혼자 상대가 고백해주길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호흡이 얕아지고 눈물로 번진 시야에는 리히토 군의 얼굴도 나의 세계도 점점 흐려진다. 이 눈물은 나의 눈물인가, 리히토 군의 눈물인가. 산소가 도달하지 않는 머릿속은 사고 능력을 저하시킨다. 몸도 움직이기 힘들다. , 나는 죽는구나. 조금은 실감이 난다.

미안해 리히토 군. 전부 내 잘못이야. 그러니 죽음도 받아들여야지. 리히토 군을 원망하진 않아. , 그래도 지옥에서 사랑을 맺자는 고백은 기뻤어. 나도 그러고 싶어. 리히토 군은 마지막까지 착하네. 리히토 군은 천국에 갈 만큼 선한 사람인데 고작 나를 위해 지옥에 떨어지려 하잖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도 말하고 싶어.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흐릿해진 시야와 멀어지는 리히토 군의 얼굴, 멀어지는 목소리, 아아 미안해. 미안해 리히토 군. 자존심만 세워서 미안해.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해 미안해. 지옥까지 끌고 가서 미안해. 나도 리히토 군을 좋아해.

 

 

 

 

 

 

 

 

 

 

 

짧길래 건드려봄

 

본편은 아무리 봐도 여주가 ㅆ년이었는데 ㅆ년 맞네 ㅇㅇ... 잘죽었어. 정의의 심판이다 이년아

 

 

 

 

 

글쓰기 형식을 최신걸로 다시 바꿨는데 적응이 힘드네...

각주는 본문에 대괄호footnote 맺을땐 슬래쉬footnote .... (메모)

젊은이들은 어쩜 이리 똑똑할까.... 익숙해지기 힘들구먼....

 

그리고 참 슬프게도 3년정도 나의 덕질을 책임져주던 헤드셋이 드디어..... 가셨음. 어흑.... 슬픈 나의 헤드셋을 위하여 묵념.

이전에 쓰던 헤드셋은 7년정도 쓰다가 고장났는데(그것도 단선 문제가 아니라 잘못 떨궈서 사고로 사망...!) 그 헤드셋이 너무 좋아서 같은 걸로 샀다가 이번엔 3년만에 단선으로 사망.... 내 덕질 정도에 문제가 있었나?

하지만 이번에도 그 헤드셋이 너무 좋아서 잊지 못하고 같은거로 또 지름 ㅜㅜ 같은 헤드셋만 3개째....! 하... 오늘 글쓰기 형식도 그렇고 세월에 뒤쳐지는 느낌 심하게 받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익숙한게 좋아서 계속 쓰다가 새로운 걸 놓치는 늘그막....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노래도 듣던 노래만 듣는다던데 왜 그러는지 알거같음....

 

 

 

 

 

 

  1. *もやし君 직역하면 ‘콩나물 군’... 콩나물이 햇빛을 받지 않고 자라는 것처럼 빛을 받지 않아 피부가 하얗고 운동을 싫어하는 비쩍 마른 사람을 일컬음.(=モヤシっ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