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夢は終わり現実(あくむ)は続く side 幸臥」
꿈은 끝, 현실(악몽)은 계속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시끄러운 음악이 퍼지고 술 냄새와 향수 냄새, 어딘가 젖은 먼지 냄새가 난다.
클럽 따위에 오게 된 건 포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곳에 오지 않는 게 나았을 거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 녀석과 떨어지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 차이고 나서 얼굴 마주하기가 괴로워 빨리 도쿄로 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와보니 이번엔 보고 싶어서 견디기 힘들다. 향수병이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가족보다 그 녀석이 보고 싶어 죽을 지경이다.
그 녀석은 나에게 유일한, 특별한 아이다. 삼 형제의 중간. 운동 신경이 좋고 그만큼 머리도 좋은 우수한 형. 부모님에겐 막내로서 나이 차가 나는 여동생. 그 두 사람 사이에 둘러싸인 나는 무슨 짓을 해도 부모님으로부터 애정을 많이 받을 수 없었다. 부모님은 좋은 사람이다. 물론 나를 사랑해 주시고,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욕심이 많은 걸까. 가장 소중하다는 말을, 특별하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렇게 사랑받고 싶었다.
“코쨩이 가장 소중한 친구야!”
술을 부으니 도수가 강한 그것이 식도를 태우며 단 한 번도 잊은 적 없던 그 녀석의 말이 떠오른다.
어렸을 때 넘어진 그 녀석을 업어서 집에 돌아갈 때, 그 녀석이 부끄러운 듯 나를 꼭 잡으며 말했다. 그 전부터 나는 그 녀석을 좋아했다. 친구로서, 소꿉친구로서. 소중한 친구였다. 하지만 그걸 말한 이후부터는,
“뭐야, 뭐야. 너 뭐 하고 있어? 지루해 보이네.”
약간 갈라진, 어딘가 늘어진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와 사고를 억지로 돌린다. 이렇게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목소리의 주인은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았는데 내 귀에 바로 들어왔다. 여자도 아니었던지라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뒤돌아보았다. 앞머리를 올리고 검은 렌즈의 둥근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있었다. 선글라스의 색이 옅은 건지 그 너머 보이는 눈은 녹은 아이스크림처럼 처진 눈이어서 어딘가 졸려 보인다. 단정한 모습이긴 했지만 분명 정상은 아닐 거라는 걸 한눈에 알아봤다.
“와아 잘생겼잖아. 내 취향인데.”
“저 그런 취미 없습니다.”
“후후, 괜찮아. 그런 거 때문에 말 건 거 아니야.”
능글거리는 말이 잘 어울리는 늘어진 말투로 남자는 이야기를 계속하며 쭉 옅은 미소를 띠고 있다. 확실히 위험한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는 어째선가 그 사람으로부터 떠날 수 없었다.
“이름이 뭐야? 나는 미사키. 미사키 씨라고 불러도 돼.”
“코우가입니다...”
“흐음, 그럼 코쨩인가.”
그 녀석이 부르던 것과 같은 호칭에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초면인 사람이라도 상관없다. 그 이름은 그 녀석만의 것이다. 그 녀석만이 나를 그렇게 부를 수 있다.
“그렇게 부르지 말아 주세요.”
매정하네, 라며 남자는 웃을 뿐이었다.
“있지, 있지 코우가 군, 심심하면 이거 주려고 하는데... 줄까?”
던지듯 건네받은 것은 화려한 색깔의 음료수 같은 것. 본 순간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아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와아, 어때? 써볼래? 푹 빠져도 되게끔 내가 돈 버는 방법도 가르쳐 줄게.”
“무, 무슨 목적입니까.”
“응? 그냥. 내 취미야. 자자, 어때? 써볼래?”
거절해야겠지. 아니, 거절하려 했다. 하지만 나쁜 사람은 영업에 능하다. 나처럼 시골 출신의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는 쉽게 걸려들겠지.
“그걸 쓰면 네가 보고 싶은 아이를 만날지도? 그렇게 기분 좋아지는 거야. 가볍게 쓰면 부작용도 적고.”
있는 거 맞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안고 싶은 아이. 그 속삭임에 나는 그걸 받아들이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 녀석이 눈앞에 나타나게 되었다.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그 녀석이.
처음 그 녀석을 안을 땐 뜻 모를 죄책감과 되돌릴 수 없는 기분을 느꼈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약간은 피학적인, 나에게 민감한,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그 녀석을 안았다.
...공상 속에서.
환각이 끝났을 땐 최악의 기분이었다. 허무하고 한심해서. 그렇지만 나는 그 녀석을 만날 수 있다는 것 하나 때문에 계속 사용했다. 점점 일상과의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해, 그 때문에 그 녀석을 불러들였던 거겠지.
“코쨩!”
오랜만에 만난 그 녀석은 여전히 예뻐서, 그래서 잔혹했다. 여름의 후덥지근한 무더위의 태양 빛을 받으며 눈부시게 빛날 정도로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미소를 띤 채 나에게 다가오는데, 그 녀석은 고향에서 남자 친구를 만들었다. 그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선, 말 안 했던가? 라며 웃는다. 내 마음을 알고 있으면서, 내가 어물쩍 넘긴 그 말이 진심이라는 걸 알면서.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 녀석을 안고 있었다. 처음으로 그 녀석과의 행위가 끝난 뒤에는 심각한 두통이 찾아와 화장실에서 토했다.
“코쨩.”
화장실에서 나오니 늘어져 있던 그 녀석이 울고 있었다. 나를 보며, 어질러진 모습 그대로 울고 있었다. 최악. 최악이다. 저런 얼굴을 보고 싶었던 게 아닌데. 이런 식으로 하고 싶었던 게 아닌데.
비틀거리는 주정뱅이 같은, 그것보다 훨씬 심한 심장 깊은 틈새로 파고드는 죄책감. 괴롭다. 눈앞에 펼쳐진, 악몽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도 괴롭다.
“씻고 와.”
이런 낡은 아파트에 겨우 딸린 욕실. 그곳에 그녀를 들여보내니 욕실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샤워기 소리에 점차 사라져가는 그 울음소리는 쓸 데없이 나를 더 괴롭게 만든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어째서 그런 건지 나를 욕하는 질문만을 반복하며 모두 결국 내 잘못이었다는 걸 재확인하게 되었다.
내 욕심이 과했다. 나에겐 그 녀석만 있으면 되는데. 그랬는데. 연인이 되고 싶다고 원한 게 잘못이다. 내 탓이다. 전부 내 잘못이다. 내 잘못이니까 너는 울지 말아줘.
하지만 당연히 욕실에서 울고 있는 그 녀석에게 이 말을 전할 수 있는 주술 따위는 하나도 알고 있지 않았다.